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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2장 - 자본주의 위기의 진원지 도시 본문

세미나 발제문/1415 반란의 도시-데이비드 하비

반란의 도시 2장 - 자본주의 위기의 진원지 도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12. 01:04

반란의 도시
2장 - 자본주의 위기의 진원지, 도시
2014년 10월 4일
베를린 사회과학 모임

1. 도시를 바라보는 전통경제학의 관점.

전통경제학에서는 ‘국민 경제’라 부르는 가공의 실체 속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사건에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도시공간의 형성과 주택 투자와 같은 영역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도시공간의 형성 과정에 주목하는 경우에도 공간 재편성, 지역개발, 도시 건설 등은 거대한 경제적 흐름에서 비롯된 단순한 결과일 뿐 대규모 과정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세계은행개발보고서>를 들 수 있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지리가 경제적 기회에 미치는 영향’을 해명하고 ‘경제정책의 저류에 있던 공간과 장소를 주요한 초점’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그러나 결국 보고서의 지은이들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라는 특효약을 도시 문제에 처방하는 것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즉 국가가 사회적 공정성과 지역 간 균등발전 등의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국가의 개입 없이 부동산 시장이 자유롭게 돌아가는 것이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적 도시정책은 낙후된 근린지역과 도시 그리고 지방에 부를 재분재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역동성이 뛰어난 기업주의적 성장 거점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낫다고 결론 내렸다. ‘낙수효과’의 공간 버전인 셈이다. 그들의 주장은 성장거점에서 부가 흘러넘치면 모든 지역적, 공간적, 도시적 불평등도 언젠가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결국 이렇게 주장한다. ‘도시를 개발업자와 투기적 금융업자의 손에 넘겨주면 결국에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보고서 집필진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중하게 선택된’, 무수한 역사적 사례를 인용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경제위기를 불러온 수많은 사례는 무시되었다. 1973년 이후로 크고 작은 것을 모두 합하면 금융위기가 수백 번 발생했다. 그 중 몇 차례는 부동산 개발이나 도시 개발이 금융위기의 도화선 구실을 했다. (1973년 글로벌 위기, 1980년 미국 저축대부조합 위기, 1990년 일본 호황의 종언, 1992년 스웨덴 금융국유화, 1997~98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위기 등) 이처럼 수많은 위기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심지어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친 직후에도, 그들은 뻔뻔하게도 같은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2. 마르크스 주의의 관점.

마르크스의 이론은 부르주아 경제학과는 다르게 현실을 분석한다.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는 높게 치솟는 임대료와 잔혹한 약탈을 지주와 상인자본가가 노동자 계급의 생활영역까지 파고들어 고통을 강요하는 착취의 이차적 형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내부의 사고구조는 대체로 부르주아 경제학 내부의 사고구조와 비슷하다.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는 거시 경제적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진정한 핵심은 어딘가 다른데 있다고 하면서, 도시연구자를 특수분야의 전문가쯤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이론을 통해 현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마르크스의 거시적 관점인 자본의 생산, 유통, 실현의 일반법칙 뿐만 아니라 신용시스템, 이자율, 이윤율 사이의 관계를 통합하여 이해해야 한다. 최근 발생하는 위기와 그 여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주택담보 대출액이 GDP의 40%의 달하는 상황과,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인 상황, 그리고 금융, 부동산, 소매 등 시장에서의 독점 권력을 반드시 함께 분석해야 한다. 토지가격 및 건물가격, 지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투기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요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은 깊은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건축물이나 인프라스트럭처 등의 경우 상품을 생산하는 시간과 판매하는 시간이 매우 차이나기 때문에 그 시간차를 매워주기 위해서 의제자본1)이 필요하다. 건설회사가 미리 증권을 발행하고 그를 통해 건설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용된다.

문제는 의제자본은 증권과 같은 형태를 띠기 때문에 투기적 금융과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과 ⓵ 필연적으로 의제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것(국채와 주택을 담보로 발행된 채권) ⓶ 순수한 과잉(투기적 금융)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필요에 의해 형성된 의제자본은 무한히 돌고 도는 것처럼 보인다. 은행에서 사용하는 레버리징2)의 고도화(은행이 대출을 계속하여, 더 많은 금액을 대출 하는것)기법은 의제자본의 형성과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흐름으로 인해 의제자본은 실제의 가치를 넘어서 가공자본으로 변모한다. 필요로 인해 형성된 의제자본이 종국에는 투기적 금융화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보기에 생산과정 속 노동과정만이 가치와 잉여가치를 생산한다. 따라서 단순히 의제자본이 돌고 도는 것만으로는 가치는 생산되지 않는다. 때문에 의제자본을 마치 실제의 가치를 가지는 것처럼 물신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의제자본은 실물가치의 창조가 불충분하면, 거품처럼 무너지게 된다.

3. 주택버블의 역학, 위기의 도시.

도시공간의 형성과정에서 필요한 건축물, 인프라스트럭처 등은 대부분 노동기간, 회전기간, 내구기간이 일반적인 상품에 비해 매우 길다. 이 때문에 도시공간의 형성은 자본주의 역사 내내 과잉자본과 노동을 흡수하는 주요 수단으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건축물의 생산과 유통기간이 긴 특성 때문에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의 수요와공급은 불균형을 이룬다. 부동산 수요는 변동성이 심하지만, 부동산 공급은 변동성이 적다. 따라서 조세 정책과 공공정책등 각종 수법을 동원하거나 기타 인센티브(예: 서브프라임 주택담보 대출액의 규모 증대)를 제공해 부동산 수요를 자극한다고 해도 부동산 공급은 금방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수요 자극책은 부동산 가격을 올려 투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렇게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가격은 계속 상승하게 된다.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상승하기란 불가능하다. 마르크스는 생산을 통한 가치 창조가 불충분하면 물신적 신념이 유지될 것이라는 환상은 반드시 가혹한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금융과 부동산 시장 사이의 관계도 더욱 밀접해진다. 하비가 제시한 사례와 표에 따르면, 투기적 금융의 흐름과 짝을 이뤄 돌아가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불황은 거시경제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원 고갈 및 환경악화라는 외부효과를 일으킨다.

4. 자본의 도시화

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를 형성해가는 과정 속에서 재생산된다. 하지만 자본의 도시화는 자본가 계급의 권력이 도시 형성 과정을 지배할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즉 자본가 계급이 도시 형성과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관리하고 통치하는 국가기구를 비롯하여, 주민전체의 생활양식과 세계관까지도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도시 형성 과정은 정치투쟁, 사회투쟁, 계급투쟁이 일어나는 주요 장소다.

뿐만 아니라 도시는 대규모 약탈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공산당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가 임금을 현금으로 받자마자 지주, 상점주, 전당포 점주 등 여러 갈래의 부르주아지가 돈 달라고 덤벼든다.” 대도시에서 취약계층을 상대로 착취와 약탈이 끊이지 않고 자행된다는 것이다. 만약 노동자가 자본가와 싸워 실질임금을 얻어냈다 해도 소비 영역에서 벌어지는 착취활동이나 약탈 활동을 통해 자본가는 그 이상을 손쉽게 도로 가져간다. 도시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주민 대다수는 노동을 과도하게 착취당하는 것도 모자라 빈약한 자산마저 약탈당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재생산의 최저수준을 유지하는 그들의 능력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소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펴본 것처럼 도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잉축적을 해소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서지만, 오히려 투기적 금융과 결합하며 위기의 진원지로 기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본은 이런 도시화 과정 전반에 깊게 관여하면서 도시 거주자를 착취하고 약탈할 뿐만 아니라, 국가기구는 물론 주민전체의 생활양식과 세계관까지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는 위기의 진원지이며 동시에 수많은 투쟁이 일어나는 장소이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장소이다.


1) 의제자본: 소유자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유가증권형태의 자본. 기업은 주식 등 증권을 발행, 자본을
조달해 설비투자 등에 이용한다.
2) 레버리징(Leveraging) : 외부로부터 자본이나 자금 따위를 들여와서 이용하는 일, 차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