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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젠더, 섹슈얼리티 - 2011.12 본문

세미나 발제문/12

군대, 젠더, 섹슈얼리티 - 2011.1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10. 06:52

(2011년 12월에 이원호 회원님이 발표하신 자료입니다.)


군대, 젠더, 섹슈얼리티

군대라는 조직은 그 자체로 남근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남성성을 대변해 준다. 그렇다면 이 남성성을 대변해준다는 이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성폭행, 강간사고들은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우리는 가-피해자들을 동성애자 혹은 이상성도착자로 봐야할것인가? 젠더의 개념은 이 분석에서 어떻게 논의가 될 것인가? 일련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발제자는 선행 연구자들의 기록을 인용해 논의를 진행시키도록 할것이다. 

1. 젠더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군대, 군사주의


군사주의가 정형화된 (idealized) 남성성과 남성권력에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음을 밝히고자 한 여성학자들은 군사주의 또는 군대가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서 전유되어져왔음을 전제한다. 그리고 군대 전통은 남성성에 관한 남성의 사유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진짜 남성으로 태어나기 위한 사회화의 주요한 기관이었다고 분석한다...(중략)...남성들은 남성이라는 연대감을 형성하고, 남성의 정체성과 역할은 국가방위의 주체자이며 여성과 약자의 보호자라는 신화 속에서 만들어진다...(중략)... 이러한 이분법적인 젠더화의 과정은 정복, 강인함과 같은 표현들은 남성적인 것으로 고려되면서 칭송되는 반면, 동정 약함, 패배와 같은 이미지들은 여성적인 것으로 비유되면서 가치절하되는 전쟁담론이나 국가안보 담론에서도 나타난다... (중략)...남성성의 우월의식은 전쟁의 과정과 승패를 묘사하는 은유법에서도 표출된다. 이는 어떻게 여성과 남성을 이해하고 있는가, 남녀관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젠더의 관계성이 국제관계의 국가간의 정치성에도 나타나면서 세계의 질서 역시도 젠더화되어있음을 함축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보호자, 여성=피보호자라는 구도는 여성을 안보의 주체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함으로써 여성은 전쟁수행에 적합하지 못한 집단으로 배제될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온전한 시민의 정체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젠더와 군사주의: 남한 사례를 중심으로’, 김엘리 (성공회대 외래교수)

2. 군대와 남성


군대는 남성에게 있어 ‘제2의 학교’, 또는 ‘군대 갔다 와야 어른되지’라고 일컬어 지는 공간이다. 이는 소년이 성인남성으로 재 탄생하는 공간으로 규정되고, 성인이 갖추어야 할 정상적인 남성성을 교육받고 체득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군인출신 연구자인 이동흔은 군대를 남성성이 경쟁하는 장으로 규정했다. “개인의 가치는 남성성의 기준에 의해 판단되며, 남성답지 못한 것은 군인답지 못한 것이고 무능한 인간이다. 따라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군인은 불안해하며 자신의 약점을 감추거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는 것이다. 김현영은 군대의 남성성에 대하여 “군대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거나 불만을 가진 자들은 군대를 먼저 경험했던 남성에게 호된 질책을 받으면서 ‘남자도 아니다(여성이다)’, ‘남성답지 못하다’라는 말을 모욕적인 의미에서 듣게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군대에서는 남자답다는 것이 가치있는 것으로 그렇지 못한 것은 모욕당하거나 심하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으로 되는 문화코드를 내면화하고 실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남성성의 성취정도는 계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신병은 ‘남성이전의 존재’로 취급되고 병장은 남자가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에 지배적인 남성성을 획득한 존재이다” 라는 김현영의 분석은 군대에서 계급과 남성성과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 2004년도 인권상황실태조사, ‘군대내 성폭력 실태조사’, 한국성폭력상담소

3. 군대 섹슈얼리티


군대 섹슈얼리티의 특수성을 규정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남성성이다. 남성의 성욕은 단순히 신체접촉에 의한 쾌감으로만 구성되지 않으며 권력욕, 남성적 정체성 확인 등의 욕구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기존 남성성 연구는 성적 욕구도 젠더 정치의 장 속에 놓인 사회적 구조물로 본다. 남성의 성욕이나 쾌감은 권력의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남성의 섹슈얼리티라는 것 역시 남성성이라는 규범이 성화 (sexualization)되고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가 결합되면서 ‘젠더화되고 만들어지 는’ 구성물로 볼 수 있다”. 이는 성폭력 연구에서도 이야기되는 부분으로 남성들의 성폭력은 단순한 성욕의 표현이 아니라 지배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간의 강간을 연구한 Scarce도 군대내 남성 간 성폭력에 대해서 같은 의견을 보인다. “교도소의 생활과 마찬가지로 군대의 남성 간 강간은 남성의 우월함이라는 광범위한 영역 안에서 내부 권력갈등과 권위를 세우기 위해 일어난다”고 한다. 남성 간의 성폭력에서 권력과 통제의 욕구 부분은 핵심적인 원인으로 여러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남성의 성욕과 권력욕이 구분될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 대해 조중헌은 성매매 경험이 있는 남성을 분석하여 남성들의 ‘성적 만족도가 자신들이 스스로 느끼는 성적 쾌감뿐 아니라 상대 여성의 반응에 많이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상대 여성을 배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확인받아 남성으로 서의 정체성과 자신감이 충족되기를 바라는 욕구와 결합되기 때문이다. 이는 군대에서의 권력과 통제의 확인 욕구로 쉽게 전이될 부분이다. 또한 군대에서는 앞의 성문화에서도 나타났지만 섹슈얼리티를 이용하여 계급 질서를 뛰어넘는 친밀성을 확보하고 남성적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동질성을 형성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성 간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욕구가 활발하다. 이것은 성적인 형태로 또는 분리되어 나타난다. 군대에서는 남자답다는 것이 가치 있는 것으로, 그렇지 못한 것은 모욕당하거나 심하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어떻게든 동일하게 성취해야 하는 목표로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군대 섹슈얼리티 분석:성욕, 남성성, 동성애 등을 중심으로’, 권인숙

4. 동성애혐오


비역질은 이성애자 남성이 동성애자에 대해 갖는 대표적 표상이다. 비역질은 동성애는 항문성교라는 주장이다. 많은 동성애자들이 항문성교 이외에도 다양한 성적 실천을 하고 어떤 동성애자들은 항문성교를 전혀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자 남성은 동성애자를 항문성교집단으로 끈질기게 정의한다. 이 정의는 동성애혐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왜냐하면 항문성교야말로 가장 직접적으로 신체 내 타자의 침입을 통해서 남성 자신이 성적으로 전유당할 위험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성의 주체가 외연적 확장을 저지당하고 대상(타자)으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성애공포는 통제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며, 타자의 욕망, 특히 다른 남성의 욕망을 자유롭게 채울 수 있는 열린 그릇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다.” 따라서 남성은 남성적인 남성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면 강제로 성교를 당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며, 반대로 여성적인 남성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면, 자신 내부의 타자성을 발견하고 혐오한다. 어느 경우에나 동성애혐오는 남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위협과 관련이 있다. 동성애는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역할과 남성성이 정의되는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가해자 선임병이 피해자 후임병을 가해하면서 여성을 비하하는 욕을 사용하는 것은, 동성애라기보다 남성이 여성을 정복하는 모델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남성 섹슈얼리티의 기원에 관한 연구-친밀함의 강도 개념을 중심으로’, 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