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모

반란의 도시 4장 - 지대의 기법 본문

세미나 발제문/1415 반란의 도시-데이비드 하비

반란의 도시 4장 - 지대의 기법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2. 24. 05:14

David Harvey︱Rebel Cities: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제 4장 지대의 기법︱The Art of Rent︱Die Kunst der Rente
 
6.12.2014︱신희완

 
 
“문화재가 공유재의 한 형태이면서 또 일종의 상품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비 2014, p.164)
 
1장 도시의 권리, 2장 자본주의 위기의 진원지 도시 그리고 3장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까지 도시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지나 데이비드 하비는 지대(각종 임대료, 사용료 등을 가르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가장 먼저 문화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분명 문화적 생산물와 일반 공산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문화적 생산물과 일반적인 상품을 쉽게 구별해내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심지어 개개인이 수많은 예술 작품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유하는 시대에, 문화적 생산물과 공산품을 비교한다는 것은 점점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은 우리의 문화 속에서 그리고 우리의 도시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독점의 모순

“독점지대는 사회적 행위자가 몇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독특하고 복제 불가능한 특질이 있고 직간접적으로 거래 가능한 어떤 대상에서 장기간 상당한 수입을 거둘 수 있음을 깨달을 때 발생한다.” (하비 2014, p.165) 이러한 독점지대는 두가지 상황을 바탕으로 발생한다. 첫번째는 질적으로 특별한 자원, 상품 그리고 입지를 지배하는 상황이다. 역세권 주변 땅값은 그 외의 지역보다 더 비싸게 팔림에도, 누군가는 프리미엄 더 주고서라도 그 땅의 입지적 강점을 활용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두번째는 토지, 자원, 자산 등이 직접적으로 판매되는 상황이다. 마치 중국인들에게 팔려나가는 제주도 부동산 같이 말이다.
 
독특함과 특수함이라는 특성과 시장거래 가능성은 서로 상충하는 특성이기에, 이 두가지 조건은 독점지대의 모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국인들이 소유한 제주도 땅이 늘수록 그들 사이에 제주도 땅에 대한 희소성, 독특함, 특수함이 줄어드는 것처럼, 시장성이 높아질 수록 독특함과 특수함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땅을 찾기 시작하는 시작한다. 이처럼 시장거래 가능성과 독특함, 특수함 사이에는 모순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또 하나의 모순은 신자유주의 세계 그 자체가 지닌 모순이다.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지닌 사적 소유에 대한 개인적, 계급적 독점 특권을 내려놓지 않은채 경쟁적 성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적자 생존의 법칙에 의해 약한 기업은 사라지게 되며, 경쟁의 끝은 특정 자본가의 독점 혹은 과점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공존할 수 없는 경쟁과 독점이 공존하길 바라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최근 FTA등을 바탕으로 각국의 경제 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하비는 세계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현 시대의 맥주 시장을 한 예로 든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지역 맥주 밖에 누릴 수 없었지만, 19세기 말이 되어 맥주는 광역적인 선택의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고, 20세기 중반에는 전국 규모의 맥주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알다시피, 전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맛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세계화의 물결 아래 과거 운송 비용 그리고 통신 비용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형성 되어온 독점 보호 제도는 약화되어왔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관세와 국경선을 무기로 독점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정치적 보호 장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자본주의는 독점력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경로는 거대 기업에 자본을 집중적으로 몰아주거나 시장을 지배하는 느슨한 계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 경로는 글로벌 거래를 규율 하는 국제 상법을 활용하여 사적 소유권의 독점권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생산 국가 그리고 원산지가 표기된 와인들은 독점 지대를 유지하려는 유럽 와인 산업의 노력을 보여주는 한 예시이다. 독점의 기초인 독특함(토지, 기후, 전통 등)의 근거를 명확히 하여 독점 지대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또한 브랜드 이름이 아닌 샴페인, 샤토 등의 전통적 와인 표현 단어 등을 금지함으로써 자신들의 독점 지대를 더욱 굳건히 한다. 어중이 떠중이 마저도 그럴싸한 와인 이름을 가질 수 없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전통적인 와인 강국 프랑스 뿐만 아니라 호주 역시 그들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시장에 거래되고 있는 다양한 와인은 다른 와인과의 비교를 통해 독특함을 잃게 되는 독점 지대의 첫 번째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원조 할머니, 3대째 이어지는 전통 음식점 등이 그들만의 원조, 전통 등의 독특함을 호소하지만, 모든 원조집이 몰려 있는 먹자 골목은 결국 스스로 그 독특함을 잃게 되는 상황으로 빗댈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함을 내세우려는 시도는 이런 먹거리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브랜드에 특별함을 심는 아파트 광고 등도 독점 지대를 만들기 위한 자본가의 노력을 보여준다.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특별함과 독특함을 내세우는 것이다.
 
와인을 둘러싼 독특함의 경쟁은 와인이라는 상품 자체가 문화적 소양과 문화적 계급의 징표를 나타낼 수 있다는 와인의 사회적 특성과도 관련이 깊다. 마치 브랜드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의 열망처럼 말이다. 래미안, e편한세상, 압구정 현대 아파트 등의 브랜드가 자신의 사회적 신분과 계급을 보여줄 수 있는 징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도시 기업가 주의 Entrepreneurialism
 
지난 수십년 동안 도시 기업가 주의는 도시개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시 기업가 주의는 공공, 시민사회 그리고, 사적 이익집단이 도시 개발과 지역개발을 촉진하고 관리하는 도시 거버넌스 내부에서 나타나는 양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거버넌스에 있어서 참여 주체들 사이의 위계질서가 없다는 것은 도시 기업가주의와 도시 거버넌스가 사적 이익집단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주었는지 보여준다. (하비 2014, p.180)

‘세계화는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지리학자들은 대부분 그것은 범주적 오류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세계화를 바탕으로 지역의 문제가 글로벌 규모로 침투하고, 글로벌 문제가 지역의 규모로 침투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계화를 지리적으로 연결된 양식(geographically articulated patterning)으로 바라봐야한다. 지리적 불균등 발전이 이 양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바닥 치기 경쟁과 같이 임금이 싸고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자본이 움직이고 투자 결정이 내려지며 지리적 위치에 따라 불균등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물론 오히려 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자본도 존재하기에 과도한 단순화의 위험에 빠지지 말라고 하비는 경고한다. 이들 자본이 움직이는 곳은 결국 독점지대를 획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규모에서 자본이 움직이는 것은 순환적이고 누적되는 인과관계가 작동한다. 적절한 장소와 시기에 핵심 공공투자를 집중시켜야하고, 투자 과정이 원만하게 조율되어야 도시 간의 경쟁 그리고 지역 간의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점 지대를 획득할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이상, 개발 사업으로서의 매력은 약해진다. 코레일의 용산철도 부지와 같은 알짜배기 땅은 독점지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도시 개발이 좋은 예이다. 그렇기에 그 완벽한 땅을 얻기 위해 말도 안되는 탄압과 폭력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독특함과 특수함 등의 특별함을 갈구하는 것이 독점 지대의 특징이라면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지닌 도시와 지역 문화 공간 같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은 없을 것이다. 섹시함과 힙함을 바탕으로 수많은 외국인 투자가들을 끌어모은 베를린은 하비가 책에서 언급한 베를린의 예시(전후 베를린 재건사업)와는 별개로 좋은 예일 것이다. 이 책에서 하비가 예로 든 바르셀로나와 베를린의 예시는 결국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무엇이 존중 받아야 하고 우선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던진다. 그리고 자본이 어떻게 지역의 차이를 이용하고 지역 문화 차이를 이용하여 잉여를 창출하고 그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지를 보여주었다.

자본가 역시 다문화주의, 유행, 미학 같은 복잡한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더 나아가 문화 전쟁도 서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자본가들이 더 발 빠르게 유행과 의미 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독점 지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문화, 역사, 유산, 미학, 의미, 집단의 기억 등 모든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때만 되면 여러 인간적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를 내놓는 곳도 항상 대기업이라는 점과 리움 미술관과 아름지기 재단을 운영하며 문화를 주도하는 이들도 대기업이라는 점은 그를 증명해주는 한국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하비는 문화가 어떻게 계급 투쟁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상상한다. 문화가 지닌 혹은 지녔다고 생각되는 특수함, 독특함, 진정성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을 만드는 것이 대항 운동의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본에 대항하는 운동의 싹이 자랄 수 있는 상황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나아가 삶의 공간이 상품화 되고 착취 되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낄 때라고 말한다. (하비 2014, p.196) 
 
하비는 광범위한 운동과 결합한 여러 도시 공간 내부에서 세계화의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몇 안되는 무기로 문화를 꺼내들었다. 경쟁과 독점의 경계에서 그리고 독특함과 평범함의 경계에서 우리의 일상을 잠식해나가고 있는 자본을 상대로 혹은 자본과 함께 우리는 어떻게 도시의 문화적 힘을 통해 희망과 대안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참고문헌
하비, 데이비드(2014). 반란의 도시: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서울, 에이도스 출판사